자녀를 별무리학교에 보내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가?_박한배

관리자 | 2013.02.07 07:52 | 조회 5992



 


 

자녀를 별무리학교에 보내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가?

    

   2010년 가을밤 나는 서초동 21세기 병원 병실에 홀로 누워 있다. 디스크 1차 수술을 한 지 3년 만에 다시 허리가 말썽이기 때문이다. MRI 결과 내 허리는 디스크 파열이 일어난 4, 5번 사이 디스크가 다시 파열이 일어났다. 30대 중반인 난 삶의 결말을 생각해야 했다. 내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밤새 꺼지지 않는 고층 빌딩의 불빛을 보며 내게 남겨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하나님과 대면해야 했다. 내가 배우고 고민하였지만 한없이 가슴 저쪽으로 밀쳐놓았던 기독교 학교에 대한 가치와 대면해야 했다. 그리고 겸손히 그 부르심에 순종하기로 했다. 생명을 걸고 삶으로 진리를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오늘 별무리학교 교사인 이유이다. 급여는 적지만 보장된 미래는 없지만,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생명을 걸어도 후회 없을 일이 이 시대에 진정한 기독교학교를 만드는 것이고 그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 기독교 학교가 온전히 정착되고 그곳에 제자들이 사회를 변혁하고 곳곳에서 진리의 기둥이 되는 그 날은 먼 미래의 일이 될지 모르지만, 이 일이 세대와 세대를 지나 지속될 것이고 이를 통해 하나님은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을 성취해 가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님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고 연단하시기 위해 사용하시는 것이 자녀 이삭의 생명이다. 자녀를 어떤 학교에 보내느냐, 어떻게 양육하고 교육하느냐의 문제는 자녀의 생명을 건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쩌면 제단에 자녀를 바치는 아브라함의 비장함, 그리고 그렇게 명령한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대한 견고하고도 순전한 믿음을 담고 있다. 귀하고 감사하며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금 별무리학교의 1년을 돌아보며 우리의 일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하나님이 마음이 주신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부모님들이 자녀를 별무리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은 하나님을 향해, 세상을 향해, 그리고 자녀를 향한 신앙고백을 담고 있다.

   첫째, 하나님을 향한 신앙고백이다. 오늘날의 공립학교 제도는 계몽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산업화시대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 불과 200년의 역사를 지닌 제도로서 매우 실험적인 모델이다. 그 열매로 사회를 진정 진보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답도 미심쩍다. 기독교 학교를 선택하는 분들은 이러한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과 교육의 통합을 추구하며 이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들에 역행하는 연어의 몸짓으로 이곳에 자녀를 보낸 것이다.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생명을 건 진지한 신앙고백이 없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님과의 실제적 관계성이 없고는 그 힘의 근거를 찾기 힘든 일이다.

 

   둘째, 세상을 향한 신앙고백이다. 이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가르는 세계관은 진리의 상대성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이 시대의 문화는 욕망충족을 위한 소비주의, 물질주의, 상향 지향적 삶을 추구한다. 우리도 예외 없이 그 문화에 젖어 산다. 그것이 대세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세를 거스르는 몸짓이 바로 우리의 자녀를 기독교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자기 충족적 인간, 광신적 소비자, 모든 가치를 물질로 환원시키는 괴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 보내는 곳이 바로 별무리학교이다. 별무리학교는 성경이 말하는 진리가 절대적 진리라는 기반을 두고 있다. 자아실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명에 대한 순종, 욕구 충족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삶을, 상향 지향적 삶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하향 지향적 삶을 가르친다. 이렇게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세상을 향해 주는 메시지는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

 

   셋째, 자녀를 향한 신앙고백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전 우주적 구원의 비전을 말하는 거대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그의 백성의 이야기이다. 하나님은 그분의 행하신 일들을 기억하고 자녀에게 전수하라고 하신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름 받은 기억의 공동체이다. 자녀는 부모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본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그대로 살아간다. 아이들은 생각한다. ‘왜 부모님은 나를 공립학교에 두지 않고 경제적 가치를 포기하고 나를 별무리학교에 보내셨을까?’ 그 답은 자녀들이 훗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기에 내려질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도 그 사실은 자녀들의 삶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생각하게 하고 그 가치를 배우며 살아가게 한다. 아이들은 너무나 잘 안다. 진정 나의 부모가 무엇을 믿으며 무엇을 가치롭게 생각하는지.

 

   별무리학교가 시작된 지 이제 1년이 지나간다. 두 번에 걸친 수술로 4,5번 사이에 남아 있는 디스크는 거의 없다. 내 디스크의 수명도 1년 줄은 셈이다. 그래도 내가 별무리학교에서 하루 하루 제자들과 함께 하는 일이 생명보다 소중한 이유는 하나님이 이루어 가실 전 우주적 구원 때문이다. 매우 하찮은 나를 우주와 영원에 잇대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신 그 은혜를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제자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하나님이 이루실 그 결말을 보고 싶은 열망이 누구보다 강렬하다.

 

   그러나 지난 1년은 우리의 선택의 결말을 보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유진 피터슨의 <한길 가는 순례자>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우리가 살아갈 삶의 태도를 말한다. 그것은 지속성과 일관성이다. 그것의 중요성은 무신론자 니체도 역설한 바 있다. 우리의 고백과 헌신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여야 하는가. 짧게는 우리의 전 생애이며 길게는 영원이다. 우리의 관점을 인생 전반 혹은 영원의 길이로 확장하지 않고는 기독교교육은 불가능하다. 매일 밀어닥치는 현실적 압박, 이 시대가 주는 압력을 어떻게 견딜 수 있단 말인가.

 

   교육은 패스트푸드가 아니며 우리의 아이들은 더욱 더 아니다. 기독교 교육은 대학을 바라거나 20대의 단기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살아갈 40대의 삶을 바라고 더 나아가 그 다음 세대를 바라는 교육이다. 지금은 우리가 찾았고 경험했고 지키기로 결단한 가치, 하나님이 부르신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열정과 헌신, 보다 순전한 믿음의 고백이 더 필요한 때이다. 매일 새벽 기도의 성산에 올랐던 다윗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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