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문제 그리 단순하지 않다
박한배
내가 수업하는 시간 외 모든 시간을 제자들과 함께 보냈다. 기도, 말씀, 독서, 상담, 산책, 봉사, 저널쓰기를 함께 했다. 특별프로그램의 효과는 아이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선의 변화였다. 아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작아보였고 그 아이는 점점 더 크게 보였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폭풍이 일던 내 마음은 잔잔해졌다. 이런 여유와 긴 안목은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부모님들도 함께 울었다.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가슴 아파했다. 천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오셔서 아이들을 가슴으로 안고 부모만이 흘릴 수 있는 깊은 눈물을 흘렸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고통의 모습들인가! 고통은 말 그대로 고통스럽지만 변화와 성숙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에 우리는 그 산 앞에 당당히 섰다. 이는 변화의 시작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하게 보아서도 안 된다. 다양한 측면의 원인, 여러 층의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성실하게 생각하는 고통에 또 직면해야 한다. 스캇 팩 박사는 <그리고 저 너머에>에서 단순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내 아이의 문제를 단순하게 보려고 하는 것은 고통을 피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 데려다 두면 다 좋아질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처방으로 아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잘 변화 되리라는 단순한 생각도 위험하다.
우리가 다루는 문제는 삶에 대한 것이다. 삶은 장구한 영적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우리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죄와 악의 문제도 결부되어 있다. 복잡한 실타래 같지만 못 풀 문제도 아니다. 한 아이의 성장과 변화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신비로운 과정이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삶을 긴 영적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조급함과 우리 아이들을 단면적으로 바라보는 단순주의이다. 성실히 생각하는 고통에 다시 직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