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秋心)

별무리샘 | 2012.11.18 07:52 | 조회 3085

추심(秋心)

이상찬

 

가을이다!

작년만 해도 도시 속에서 가을을 맞았었고 고작 피부로 와 닿는 가을의 느낌은 차가운 바람과 거리에 흩날리는 낙엽 정도였다. 근데 이곳 금산의 가을은 아니다. 온통 붉고 누렇고 또 춥다. 나만 가을이 아니고 온 세상이 다 가을이다. 나는 항상 가을을 맞이하기가 힘들다. 연초에 무언가를 거창하고 자세하게 계획하고 일 년 간의 목표를 가늠해보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 못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나무 위에 맺힌 열매와 봄부터 훌쩍 자란 각종 나무들을 보면 더 마음이 산란하다. ‘나에게 맺힌 열매는 무엇일까?’ ‘나는 과연 올 해 초반보다 좀 더 성장하기는 한 걸까?’ 이런 생각들이 가을의 찬바람을 스산하게 느끼게 만든다.

 

가을이 죄냐?

자연은 스스로 그러할 뿐인데 그러한 자연의 이치 앞에서 나만 의연치 못함은 분명 미숙함의 표현일 것이다. 대부분의 감정이 그렇듯이 쓸쓸함, 우울함, 스산함 등등은 자격지심이다. 좀 더 성숙하면 가을 앞에서 자연스럽고 싶다.

 

가을을 즐기자! 그리고 감사하자!

몇 일 전 별무리학교 아이들과 용담호수 주변을 지나 운일암 반일암을 보고 왔다. 도시 속에서 살고 있는 아이도, 캐나다를 여행 해 보았던 아이도 한결 같이 탄성을 질렀다. 로키 산맥의 레이크 루이스를 봤던 아이는 이렇게 얘기했다.

이렇게 멋진 곳이 우리나라에 있다니 굳이 캐나다를 갈 필요가 없겠네요!”

 

침엽수림 속에 함께 모여서 누렇게 물든 낙엽송과 각 종 색으로 옷 입은 단풍나무들은 그 색의 명도나 채도가 어찌 그리 적절한지! 가을은 비교하라고 주신 계절이 아니다. 다름 속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생각하라고 주신 것이다. 그렇다면 난 가을을 즐길 수 있다. 난 올 해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내가 원하는 꿈같은 학교에서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공부하고 있고, 아침에 눈을 뜨면 집 주변을 둘러보며 산자락에 걸린 구름과 나뭇가지에 맺힌 이슬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가족들의 건강함과 앞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모험 같은 삶에 흥분되기도 한다. 이정도면 나도 멀리서 보면 엷은 노랑과 간혹 살아있는 다홍으로 물든 단풍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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