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2013년 생풍샘의 좌충우돌 국어수업일기
2013. 3. 11. 월 2013년 첫 수업을 마치며 첫 단추인데 긴장된다. 8학년 국어 교재를 이곳저곳을 살피지만 딱히 감이 오지 않는다. 가르칠 것,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오전 내내 엄청난 양의 지식과 활동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매몰되어 있었다. 드디어 8학년 2반 첫 수업 긴장된 나를 반겨 주는 것은 아이들의 미소였다. 밝은 얼굴들을 보자마자 내 마음은 무장해제 되었다. 첫 시간은 국어교과를 왜 공부해야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국어시간이 대부분 5,6교시에 배치되어 있다는 치명적인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도 중요한 숙제였다. 먼저 내가 어떻게 국어 실력이 좋아졌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었다. 나의 아내에게 수천 페이지의 일기와 편지를 써서 책으로 엮어 준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은 눈이 초롱초롱. 한참 이성교제에 눈을 뜰 때여서인지... 완전 몰입이다. “감동을 주기 위해 글쓰기를 활용하라.” 몇몇 아이들은 눈빛에서 벌써 실천에 옮길 기세다. “국어교과는 도구교과이다. 다른 모든 교과 공부를 위해 “톱날을 가는 시간”이다. 톱을 갈며 나무를 베는 사람과 무턱대고 나무를 베는 사람의 비유를 말했다. 국어공부는 톱날을 가는 것이 주는 유용함과 견줄만하다. 정보의 입수, 고도화, 표출의 단계를 연습하는 교과이므로 어떤 일을 하든 유용한 무기로 쓸 수 있는 정보처리능력을 갖도록 돕는 교과이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국어실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전략을 물었다. 주원이가 대답했다. “벼락치기요!”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나도 벼락치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자연스럽게 사람마다 다른 학습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자신의 학습 스타일을 알고 그것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것에 대해 말했다. 다시 물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역시 주원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선생님을 사랑하면 됩니다.” 그렇지! 공동체 세우기 시간에 내가 한 특강의 내용을 기억한 주원이의 대답이었다. 정답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사랑하면 된다. 우리 뇌의 편도체와 해마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성을 관장하는 해마는 정서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물론 상호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때 일시적으로 머리가 하얗게 되고 공부가 안 되는 것, 마음이 상하고 기분이 나쁠 때 인지적 작동이 마비에 가깝게 중단 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정서와 이성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사랑의 정서가 어떻게 인지적 능력을 촉진하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아이들은 무척 흥미 있게 들었다.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한 자기 이해(초인지)를 위해 부연 설명을 했다.
다음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연간 124시간이 공식적으로 주어진 교과시간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이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조차 들었다. 절대적 시간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독서의 필요성과 평소 하는 일상의 활동들(말씀저널쓰기, 주제일기쓰기, 학습일기쓰기)에 최대한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2학년 교재로 하되, 3학년에 배울 심화내용은 관련 도서를 읽고 서평을 써서 내는 방법을 제시했다. 휴...5, 6교시가 훌쩍 지났다. 일방적 전달 강의가 된 듯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들이 듣고 정리하며 또는 국어시간에 바라는 점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겠다. 수업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8학년 2반 아이들에게 미안. 하지만 지루했냐는 질문에, “아니요 정말 재미 있었어요”라고 말해주는 너희들 고맙다. 수업을 마치고 책상에 앉으니 여러 생각이 든다. ‘방향은 잘 잡고 있는가? 더 좋은 전략이나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에게 너무 과중한 과제를 부여한 것은 아닌지? 내 마음에 힘을 좀 빼야겠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빼앗지는 말아야지. 한 명 한 명 마음을 만지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지. 가르침보다 아이들의 배움에 집중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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