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에서 만난 양태영(13)군은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어 학교생활이 참 재밌다”고 말했다. 강당에선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학생 100여명이 모여앉아 자신들이 읽은 책으로 퀴즈를 푸는 ‘독서 골든벨’을 진행하고 있었다.
재잘재잘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들이었다. 원어민 선생님이 “한국말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어눌한 목소리로 말하자 아이들은 박장대소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은찬(13)군은 “다른 학교에선 거친 친구들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여긴 다들 편하다”며 “기도나 찬양도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별무리학교는 2012년 기독교사단체인 교사선교회 소속 선생님 304명이 ‘하나님 나라를 위한 책임 있는 그리스도의 제자’를 기르겠다는 취지로 기금을 모아 설립했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22명 중학생 132명 고등학생 106명이 있다. 교사 34명 중 32명이 정교사다.
별무리학교는 종교 활동을 원 없이 하고 싶은 아이들이 선택한 학교다. 자연스레 신앙과 가치관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였다. 매일 아침 30분씩 큐티(QT·말씀 묵상)를 하고 매주 수요일 예배를 드린다. 예배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는 없다. 학생들은 전원 마을 속에서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에 오락실이나 PC방이 없어 ‘유혹’ 없이 신앙심을 기르기에 좋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인도로 8개월간 어학연수도 간다.
“꿈을 찾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이글루처럼 생긴 돔형 교실에서 3D 프린터를 조작하던 김다훈(18)군이 말했다. 김군 등 남학생 3명은 3D 프린터로 이웃 맹아학교 친구들의 얼굴을 출력해 졸업 앨범으로 선물할 계획이다.
컴퓨터 정보보안가가 되고 싶다는 김군은 “3D 프린터에 관심이 생겨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개설했다”며 “관련 소프트웨어도 인터넷에서 검색해 직접 공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돔형 교실로 들어서자 전자회로기판으로 둘러싸인 화분에서 인삼이 자라고 있었다. 학생들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온도와 습도를 외부에서 조절하며 인삼을 원격 재배하고 있었다.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허경진(46)씨는 KT를 그만두고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곳 교사가 됐다. 그는 “목표 설정에서부터 연구까지 학생들이 직접 하고 저는 그저 돕기만 했다”며 “학생들은 일반인 대상 공모전에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 주도로 개설된 수업이 고교 과정에만 355개나 있다. 학생들이 직접 진로와 적성에 맞춰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쿼터제 학점제도’는 공교육에서도 배우려 하는 모델이다. ‘IoT 접목 인삼 수경재배’ ‘다문화 가정을 위한 동화책 출판’ ‘뉴스와 글쓰기’ 등 다양한 수업이 9주 단위로 개설된다.
박현수(53) 교장은 초등학교 교사로 22년을 일했다. 2010년 사표를 내고 ‘교육과 신앙을 함께 가르치는 기독교 학교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학교 설립에 동참했다. 그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을 키워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산=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