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문) 이게 다 밴드 때문이야!
작년 이 맘 때 쯤 나도 드디어 2G에서 스마트한 세상으로 발을 디디게 되었다.
서울지역 학부모 모임에서 나를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으로 초대했다. 히힛 재미나다.
그런데 더 센 놈이 나타났다. ‘밴드’ 이 요~물
그 후 별무리는 서울지역학부모, 8학년 2반, 융합영재반 등의 밴드로 뭉쳤다,
신세계가 열렸다.
이 놈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신다.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와 의견 수렴이 가능하다. 일일이 전화하여 묻지 않아도 된다. 선생님들은 학교에 있는 그리운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을 올려주는 센스까지~. 심지어 멀리 금산에서 열리고 있는 운영위원회 진행과정도 실시간 중계되기도 한다. 서울 지역 학부모 정기모임은 당일의 메뉴와 참석자의 사진이 실시간 올라와서 모임을 더욱 활성화 시키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지난 번 축제 때는 휴게소에 집결하여 차 한 잔 나누고 헤어지게 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가끔은 번개팅도 주선한다.
아! 그러나, 그 누가 알았으랴 밴드의 배신을!
그 후로 밴드는 날이 갈수록 흥왕하여 지고 학교 홈페이지는 갈수록 고요해져 갔다.
가끔 장승훈 샘이 밴드에서 호소한다. 부디 홈페이지 좀 들러주세요...
그러나 이를 어쩌랴. 옛 애인 홈페이지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엔 새 애인 ‘밴드’는 너무나 신속,간편, 친절하다.
그러나 새 애인에게도 허점이 보인다.
이전에 홈페이지에 가면 다른 지역, 다른 학년, 다른 선생님들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래서 인지 이제 학교에 가면 다른 이들이 왠지 낯설다.
홈페이지는 그 학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나도 딸아이가 가게 될 대안학교를 알아볼 때 맨 먼저 홈페이지를 찾았다. 그러나 나를 더 매료시킨 것은 거기에 달린 댓글과 학부모들의 소통의 공간이었다. 차려진 밥상보다 날 것 그대로의 소리가 더 맛난 법!
별무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역시 ‘댓글 달기’라는 나름의 소신으로 열심히 활동한 결과 한 때 ‘댓글의 여왕’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단, 새 애인이 등장하기 전 까지...
그런 의미에서 별무리 예비 학부모들에게 미안하다. 썰렁한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의구심이 들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별무리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우째 알릴 길도 없고...
그래서 난 오늘, 밴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홈페이지에 발자국을 남긴다.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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