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 체크아웃을 아시나요?" 최혜영 선생님 에세이
체크인, 체크아웃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별무리학교의 특별한 문화 중 하나는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첫 수업과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끝 수업을 체크인, 체크아웃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 별무리학교에 부임한 저는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그저 출석 체크하고, 교사가 좋은 이야기를 준비해 가서 나누는 시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배 선생님이 주신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책을 읽으며 이 시간이 단순한 조례, 종례 시간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회복적 생활을 위해 반 학생들이 모두 둥글게 모여 앉아 하나의 질문에 대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바로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입니다. 체크인 시간에는 주로 한 주를 시작하는 다짐을 나누고, 체크아웃 시간에는 주말 계획에 대해 나눕니다.
학생들이 서로 빙 둘러앉은 가운데에는 센터피스라 불리는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화분을 둡니다. 화분의 풀이 자라는 것은 우리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반 센터피스를 다 자란 풀의 화분이 아닌 물에 담가놓으면 자라는 민머리 잔디 인형으로 정했습니다. 아이
들은 웃기게 생긴 잔디 인형의 머리털(풀)이 언제쯤 자랄까 궁금해하며 기대했고, 쑥쑥 자라라는 뜻에서 ‘쑥’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붙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한마음으로 잔디인형 이름을 짓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또한 토킹피스도 필요했는데 토킹피스를 든 사람만이 얘기를 할 수 있는 규칙이 있어서 나머지 아이들은 말하는 친구의 얘기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토킹피스는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향초로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은 향초의 향을 맡으며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한 주의 시작, 저는 향초와 쑥이를 들고 교실로 들어갑니다. 저는 아이들이 둥글게 앉도록 한 뒤 떨리는 손으로 향초에 불을 지핍니다.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촛불입니다. 초반에는 반 아이들끼리 어색해서 나눔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이 너무 금방 끝나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하는데 나누는 이야기가 매번 비슷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식상한 질문이 아닌 창의적인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정말 자신의 삶을 나누며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갈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끔씩 교무실로 찾아와 쑥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볼 때, 우리 반을 대표하는 귀여운 식물이 생겨서 기뻤습니다. 옆 반 선생님의 도움으로 체크아웃 시간에 옆에 앉은 친구 칭찬해보기를 시도해보았습니다. 조금 어색하였지만 칭찬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이 유의미한 시간이 되도록 기도하였고, 학생들에게도 친구들에게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과자가 무엇인지, 좋아하는 유투버는 누구인지 등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궁금해했고,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과의 상담 중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영어 사용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체크인을 영어로 진행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곧 자신의 이야기를 영어로 말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1쿼터가 한 달쯤 지난 넷째주 금요일에 아이들이 체크아웃을 금방 끝내지 않고 계속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발적으로 질문을 만들어내고 서로에게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저희 반 존중의 약속 중 하나인 가족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 내심 너무 기뻤습니다.
이제는 제가 뭐라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월요일을 서로의 삶을 나누는 체크인으로, 귀가하는 금요일 마지막 시간을 체크아웃으로 마무리합니다. 아이들은 알아서 향초를 붙이고, 우리의 쑥이를 가운데 앉혀놓고, 서로 무엇을 나눌까 기대합니다. 반복되는 것 같은 매주 월요일을 힘이 되는 체크인으로 시작하고, 꿀같은 금요일을 쉼이 되는 체크아웃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이 시간을 저와 우리 반 아이들이, 그리고 별무리학교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더욱 누려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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